파주 출판단지에서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지난 10월 초, 파주 Book소리 축제에 갔다. 최근에 필자의 ‘사랑과 꿈을 향한 도전’
이라는 책을 이곳에서 출판하였고, 출판사 편집주간이 초대하여 출판단지도 둘러
보고 여러 문인들도 만났다.
충무로 인근에서 영세하게 운영하던 출판사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는데 현재 50
여개 출판사가 입주했고, 향후 총 600여개 출판관련 업체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하
고 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자랑하는 ‘지혜의 숲’ 이라는 도서관은 20여 만 권의 책을 전시
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식인 학자 연구자 저술가의 장서와 출판도시에 입주한 출판
사의 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꾸몄으며, 24시간 문을 열고 사서(司書) 없이
‘권독사’라는 자원봉사가가 상주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평소 영세한 건물에서 기획과 편집, 인쇄를 했는데 이 출판단지를 둘
러보니 건물마다 멋지게 꾸며 전원도시에 온 것 같았다. 이런 환경에서 책을 만들
면 더욱 좋은 책들이 나올 것이다.
오래전 일산 신도시에 필자가 입주할 때 우리아파트 근처에 출판단지가 들어오기
로 했는데, 신도시건설당국이 토지대금을 비싸게 책정하여 파주시로 넘어가 아쉬
움도 있었다.
정보화 기술이 발달하여 요즘은 신문과 책을 읽는 사람이 줄었다. 젊은 사람들
은 전자책을 선호하지만 그래도 책은 넘기는 재미와 책 냄새를 맡으며 읽어야
제 맛이 난다.
나폴레옹은 지혜를 얻기 위해 전쟁터에도 책을 싣고 다녔다고 한다. 오래전 터키
를 여행하며 고대도시 에베소에 갔더니 서기 130년경에 건립된 고대 세계 3대 도
서관 ‘셀수스 도서관’을 보았다. 2000년 전에도 책을 읽는 도서관이 있었다는데
놀랐다.
고구려 소수림왕은 서기 370년 경 귀족, 상류층을 위한 태학(太學)을 세웠고, 장
수왕은 평민출신을 위하여 경당(扃堂)을 설립하여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개인이
구하기 어려운 책을 한곳에 모아서 이용하도록 도서관역할을 겸하게 했다.
경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관이라 할 수 있고, 고려는 수서원(修書院)이, 조선
시대는 집현전(集賢殿)과 규장각(奎章閣)이 도서관이었다. 미국의 빌게이츠는 어
려서 동네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그는 ‘우리 동네와 우리 학교에 도서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빌게이츠는 없었을 것
이다.’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책을 읽을 때 책 서문과 후기를 먼저 훑어 본 뒤
본문을 읽었다고 한다.
그것을 먼저 보는 이유는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 핵심이 보다 쉽고 명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글쓴이의 약력, 목
차 등 전체를 살펴보면 베스트셀러라도 내가 재미있게 읽을 것인지 아닌지 구별
할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에 와보니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
든다는 것이 생각난다. 도서관에서 남들이 한 고생을 읽다보면 자기를 개선할 수
있고, 마음으로 이해하면, 생각의 힘이 생긴다하여 도서관을 지식의 상록수라 하
는가 보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 이렇게 좋은 가을밤, 심신이 상쾌할 때 등
불을 가까이하며 글 읽기를 해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11.12.)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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