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생각나는 것들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래 전, 대기업 자동차회사 연구소에 근무하며 기술 연수차 교토에 2주간 머물면서 니조성, 금각사,
은각사, 도에이영화사가 만든 영화촌 그리고 청수사 등 일본의 옛날 수도 유적들을 자세히 본적이 있
다.
그때 업무를 보며 일본의 3대 마츠리(まつり, 축제) 중 하나인 교토 기온 마츠리를 보게 되어 오래 오
래 기억이 난다. 기온 마츠리는 7월 한 달 내내 열리는 교토의 최대축제이다. 기온은 교토 번화가로
서울의 종로, 명동에 해당한다.
이 마츠리는 32대의 호화로운 마차와 신령을 모신 가마가 거리 행진을 하는 7월 17일이 기온 마츠리
의 화이라이트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의 예약문화로 행사에 참가한 분들이 1년 전 예약을
하고 가서, 필자는 호텔 방을 비워주고 거래처 사장 집에 머물렀다.
이 도시에는 청수사(기요미즈데라) 등 유네스코에 17개의 문화재와 사원이 등록돼 있다. 이번에 청수
사를 가니 기모노를 입은 젊은 여자들이 많아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교토는 헤이안 시대부터 1천년
동안 수도였다.
일본에 문화와 기술이 없을 때 4세기 백제의 근초고왕은 왕인 박사를 논어 10권, 천자문 1권과 함께
보내 일본의 태자와 군신들을 가르치며 글과 문자를 전수했다. 7세기 고구려 담징도 일본에서 유교 5
경과 그림을 가르쳤고 종이와 먹, 맷돌 제조 방법 등을 전했다.
우리는 대륙과 해양 세력들과의 잦은 전쟁으로 기술과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 적지만, 외국침공을 받지
않은 일본은 삼국시절부터 우리에게 배운 기술과 문화를 잘 관리하여 교토에는 천년 묵은 가게가 5개나
있다.
1천년 된 떡집 이치와(一和)는 24대손이 오늘도 변함없이 최상의 숯불로 인절미를 굽고 있다. 400년
된 초밥집 이요마타는 가장 만들기 어렵다는 고등어초밥을 대표 음식으로, 양념가게 시치미야는 360
년 되었으며, 370년 된 두부요리 가게 오쿠단은 하루 30인분만 만든다.
380년 된 청주회사 겐케이칸은 ‘매일 새롭게 제조방법을 혁신하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한국 수출액 순위가 세계 6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 세계교역 둔화 속에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조선과
스마트폰 등의 부진과 수출 감소율이 다른 국가보다 컸다.
그러나 우리는 짧은 기간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가 인정하는 대기업들을 키웠고, 반도
체, 자동차, 건설,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에서 기업체, 연구소, 대학들이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덴마크 심리학자 일자 샌드는 ‘민감함은 결함이 아니라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민
족은 창의력, 통찰력, 열정에 민감하고 강해서, 세계 유명 기업들이 새 제품의 고객 반응을 한국에서 시
작하고 있다.
20여 년 전 교토를 방문 했을 때와 지금 교토를 여행하며 생각나는 것은 우리의 열정이 다시 살아나길
고대해본다. 우리는 짧은 기술역사 속에서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고, 세계최고의 정보통신 기술
력과 열정이 살아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들이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무인자동차, 3D 프린팅 등의 기술을 병원,
은행, 공공기관, 제조공장 등에 잘 적용하고, 일신 우일신(日新又日新)하여 세계 5위권의 수출국가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7. 04. 05.)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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