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자 쓴 남자가 K교수 )
(茶)와 모래언덕 그리고 수목원
경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지난 8월 초, 전국의 전 현직 공무원출신 문학인들의 하계세미나가 서산시 도농교
류센터에 있었다. 첫 주제는 경력이 화려한 A고문의 ‘힐링을 위한 수필-내 마음을 만
지다’가 내 마음에 와 닿았으며, 우리나라에는 19개의 수필전문지가 월간지 및 계간
지로 발행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두 번째 주제는 ‘차(茶)문학이란 무엇인가’의 논제로 대학교수 출신 K박사의 발표가
있었다. 필자도 녹차를 즐겨 마시기에 문학과 접목하는 예술성의 윤활제로서 녹차의
역할에 솔깃했다.
독차(獨茶)는 홀로 마시는 차이고, 포차(飽茶)는 음식을 과식해서 포만감을 느낄 때
먹는 차이며, 주차(酒茶)는 술을 마시고 난 후 마시는 차라고 한다. 필자는 매년 지리
산 쌍계사 인근의 다원에서 ‘우전(雨前)’을 다량 구입하여 마시며 주변 지인들에게 조
금씩 나누어 주기도 한다.
우전은 쌉쌀하면서도 구수하며 특별한 향이 있기에 독서나 글쓰기를 하며 중간에 자
주 마신다. 다음날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泰安新斗里海岸砂丘)를 방문했다. 이 모래
언덕은 10년 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해변을 따라 길이 약 3.4㎞, 너비 500m
∼1.3㎞의 모래밭이다.
모래언덕은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지하수를 공급한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모래언덕으로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
관도 볼 수 있다.
이어서 천리포 바닷가에 위치한 수목원에 갔다. 이곳은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세계수목원협회에서 인증 받은 수목원으로, 40여 년 전, 민병갈(귀화한
미국인)님이 설립하였다.
그런데 젊은 해설자의 꽃잎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는데, 꽃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꽃
잎이고, 곤충을 유혹하려고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겉 꽃과 속 꽃을
구별하는 법을 알려주었으며, 꽃잎은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고, 여러 곤충을 끌어들이
는 역할이 끝나면, 겉 꽃이 시들어 버린다기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문학의 밤을 보내고, 꽃향기에 취하고 보니 문득 시심(詩心)이 발동한다. ‘꽃잎과 꽃
잎 사이가 천리라고 말하는 순간, 바람이 내 발등에 와서 넘어지며 천리포 바다바람에
게 안부를 물었다.
바람은 푸르게 넘실거리는 서해바다의 파도를 데리고 와서, 수목원 호수의 곱게 핀 수
련 꽃 사이로 내려 앉아 바다향기를 가득 풀어놓았다.’ 천리포 바다와 수목원이 시를
읊게 했고, 문학연수, 시낭송, 친교, 여행 등이 중년의 삶에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최근 퓨처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인생에 대한 행복 기쁨 등의 만족감은 18세
부터 줄어들다가, 50세를 기점으로 늘어나고, 가장 행복한 연령대는 60~69세에 나타
났다고 한다.
장수시대를 살면서 문학 활동으로 새로운 지식도 쌓고, 재능 나눔과 봉사, 그리고 배
려를 하면서 멋스럽게 살아야겠다. 나눔과 봉사를 통하여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삶의
폭을 넓히면 행복도 얻게 된다.
문학 세미나와 모래언덕, 수목원 등을 여행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은,
또 다른 삶을 체험하는 것으로 매일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인연들에게 감사하며 살아
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4. 09. 18.)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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