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가끔씩 가족들과 펜션으로 나들이를 가서 손주들이 열심히 뛰어 놀거나 재롱을 보면 참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 집 큰아들 부부와 작은 아들 부부를 보면 싱그럽고 젊음이 좋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우리 부부는 우쿨렐레 악기로 동요를 연주하여 손주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장수시대에 유럽과 일본 등에는 노인들이 많고,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장수시대가 시작되어 주변에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노년을 자신의 취미나 소질개발이 부족하여 답답하게 보내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얼마 전, ‘유스(Youth, 젊음)’라는 이탈리아와 영국 합작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은퇴를 선언하고 스위스의 고급 호텔로 휴가를 떠난 80세 지휘자 ‘프레드(마이클 케인)’와 그의 친구 영화감독 ‘믹(하비 케이틀)’의 이야기다. 지휘자 프레드는 그의 대표곡 ‘심플 송’을 연주해 달라는 영국 여왕의 요청을 거절하고, 영화감독 믹은 젊은 스탭들과 새 영화의 각본 작업에 매진한다. 이 영화에는 마이클 케인, 하비 케이틀, 레이첼 와이즈, 폴 다노, 제인 폰다 등 전설적인 배우들이 참여했고, 은퇴한 축구 영웅 ‘마라도나’도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프레드의 지휘에 맞추어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주제가인 심플 송을 부른다.
이 영화 유스는 젊음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열정만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도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인공 프레드와 믹은 스위스 휴양지에서 인생의 종착역에 서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강한 열정 그리고 깨달음과 성취 등을 그리며 도전하고 있다. 한편 여왕의 연주지휘 부탁에 그가 여러 번 거절한 이유는 자신의 부인이 이 곡을 부를 때만 지휘를 하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가족들은 작곡과 예술에만 신경 쓰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부인과 가족을 사랑하는 깊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부간이나 자식, 형제, 친구들에게 노엽고 서운한 마음을 갖는 그 시작은 애틋함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조금은 냉정해져야겠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조금 차갑게 식힐 줄 알아야하고,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 연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프레드의 행동을 보면 공감이 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치 있게 사는 것은 주인공처럼 사소한 일이라도,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함을 느꼈다.
주변을 바라보면 자기 아집에 사로잡혀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답답하게 사는 분들을 본다. 직장이라는 네트워크가 끊어 진 후 새로운 세계에서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감싸 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하기보다는 비난하는 것을 더 즐기고 나와 다른 생각을 꼬집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퇴직을 한 후에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소질과 재능을 위주로 활용하는 것이 또 다른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안국동 서울복지센터에서 우리 부부가 1년간 우쿨렐레 악기를 배웠고, 작년부터는 기타를 함께 배우고 있다. 주변 지인과 친구들에게 권유를 했지만 망설이다가 참여를 못했다. 그런데 여러 달 지나 우쿨렐레 연주회에 초대하였더니 그때서야 참여 못한 것에 아쉬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에는 휴먼라이브러리의 휴먼 북 중에 연말 송년회를 위하여 합창단을 모집했다. 600여명의 휴먼 북 중 필자를 포함 15명이 참여하여 송년회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니 모두들 박수와 앙코르를 보냈다. 기회가 될 때 뒷걸음치지 말고 참여함이 발전도 있고 아름답게 어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막 길을 걸을 때 오아시스도 있겠지만 매일매일 우리는 삶이라는 사막을 건넌다. 삶이란 고통스러운 사막을 건너는 일이 더 많은데, 고통스럽고 어려울 때 좋은 친구가 있다면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된다. 좋은 인연이란 세 번 만나야 잊히지 않고, 여섯 번 만나야 마음이 열리며, 아홉 번 만나야 친근해 질 수 있다고 한다. 지인들과 친해지려면 아홉 번 이상 만나야 하며, 예의를 지키면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음과 배려도 필요하다.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은 인문학, 사회교육을 통해 서로가 공감하고 공동체 의식을 느껴야 행복하고 건강해진다. 이처럼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해진다면 삶의 가치도 올라간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욱하는 성질은 버리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인내심을 키워야 한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나눔과 배려해주는 마음을 갖게 되면, 나눔의 따듯함은 전염되고 그 여운은 오래 남아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 것이다.
요즘처럼 모두가 바쁘게 지내고 대화의 단절시대에 가치 있게 나이를 들려면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자주대화하고 우정도 함께해야 한다. 천지 만물이 물 흐르는 대로 스쳐가고 이를 터득하는 것이 지혜인데, 지혜는 경험의 딸로서 사물의 본성에 따라서 이해하고, 진실을 말하고, 실천 할 때 생긴다.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아름답게 나이 들려면 대화, 우정, 지혜, 배려 등을 생각해보자. 오늘이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하고 그런 작은 행복들이 쌓여 아름다운 한편의 시가 된다. 우리 모두 연륜에 맞게 자신의 열정도 살리고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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