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국내 해외여행 및 산행 후기

(에세이) 통영 연대도와 만지도 그리고 달아공원 / 류시호 작가

경산2 2018. 4. 30. 21:22




   통영 연대도와 만지도 그리고 달아공원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랜만에 고교 동기들과 일상에서 벗어나 경남 통영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란

말은 이미 80여 년 전에 나왔다고 한다. 박경리 소설가가 50년 전 통영을 배경으로 쓴 ‘김약국의 딸들’에서

나왔는데, 작품 속에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통영을 가리켜 동양의 나포리라고 했다.


통영은 전남 신안에 이어 가장 섬이 많은 도시로 유·무인도를 합해 약 570여개가 있다. 우리 일행은 연대도

행 배를 탔다. 연대도 섬은 해풍 맞은 나뭇가지에 잎사귀가 나오면서 꽃이 피어올라 육지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한해 관광객이 4만 명 정도였는데, 4년 전 출렁다리가 설치된 뒤 10만 명으로 급증했다.

만지도에 들어가 해안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만지도와 연대도를 이어주는 출렁다리를 만난다. 한편 연대도

는 2010년 전국 ‘명품 섬 10’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안개만이 자욱한 연대도는 한 폭의 풍경화로 난대림의 경관이 뛰어나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어

있다. 앙증맞은 섬에 통영 연안과는 달리 맑고 푸른 바다에 옹기종기 모인 집 사이로 작은 골목을 따라 언덕

을 올라가니 수령이 오래된 솔숲이 바람에 맞서 섬을 지키고 섰다.


정상에서는 통영 봄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만지도에는 소원을 비는 곳이 2곳 있는데 한 곳은

200년 된 해송이고 다른 한 곳은 출렁다리인 소원다리이다. 소원다리로 가는 길은 해안을 따라 나무로 만

들어 잘 이어진 해안 길로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오래 된 소나무아래에서 잠시 쉬고 정상인 만지봉에 올랐다. 발아래 보이는 코발트색 바다의 해풍이 바람을

타고 올라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손짓한다.  통영으로 돌아와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달아공원

을 갔다.


달아란 지명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아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란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통영 사람들은 '달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 서면 많은 섬들이 호수에 떠 있는

산처럼 보이고, 촘촘하게 바다를 둘러싼 모습을 보게 된다.


푸른 바다와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달아공원은 해가 지는 모습을 최고로 멋지게

볼 수 있다.  지난겨울은 오지게 추웠다. 겨우내 얼어 있던 생명들이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아 생명의 고동

을 울리고 있다.


철 지난 동백꽃과 영산홍 꽃들의 향기가 코끝에 맴 돌았다. 새봄을 맞이하여 섬들로 이루어진 통영을 방문하

니 가슴이 뛴다. 이곳은 수려한 자연경관이 섬 마다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이러한 섬을 찾아 가는 것은 즐거

운 일이다. 인생이란 가끔은 눈을 질끈 감은 채 하고 싶은 것하며 살아야 아름다운 삶을 유지할 수가 있다.

연대도와 만지도 그리고 달아공원을 친구들과 여행을 하며 또 다른 새로운 점도 알게 되었다. 여행을 하다보

면 자신의 과거도 돌아보게 되고, 친구들 장단점도 발견하여 삶을 새롭게 해준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말한 것

이 어제 같았는데 허공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벌써 신 중년을 지나고 있다.


긴 세월을 살면서 돈, 권력, 명예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집

으로 귀가하는 버스의 차창 밖을 바라보며 미움과 욕심을 버리고 지금의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

짐을 해본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8. 05. 01)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