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문화 마을학교 시낭송

(에세이) 가을 들판 저문 바람/ 류시호 작가

경산2 2019. 9. 15. 16:25



   가을 들판 저문 바람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높고 푸른 하늘 10월의 첫날, 서울시이모작센터주관 인생설계아카데미 연수를 받는 사람들과 문래동 철공소

골목 내에 있는 창작촌을 방문하였다. 싼 임대료의 열악한 환경에서 벽화, 공작물, 독립영화제작, 사진가, 작

가, 화가 등 200 여명이 자신의 예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교직에 있기 전 대기업을 다닐 때는 급여와 복지 등 경제적으로 최고 우대를 받았고, 명퇴를 한 후 글짓기논술

웅변학원과 유치원을 경영하면서는 자영업의 어려움을 알았다. 교사임용 시험을 통하여 교육 공무원이 된 후는

수업에 필요한 각종연수를 받으며 교육자로서 연찬(硏鑽)에 노력했다.


앞으로 20~30년을 살아야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인생설계 연수를 받으며 문래 창작촌 사람들을 접하고 보니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곳 창작촌에는 필자처럼 시니어들도 있지만 젊은 분들이 열

심히 활동을 하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았다.


어린이집에서 재능기부의 수업을 하고, 구청 마을학교 회의에 참석해보니 그곳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

하고 비정규직과 88세대 등이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낮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보니 고개가 숙

여진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기쁨에는 괴로움이, 괴로움에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고했다. 인생의 기쁨은 다른 사람들

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데 있다고 하는데, 잠시 숨을 돌리고 우리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뒤돌아보자.

우리의 삶은 많은 사람을 만나 경쟁을 치르고 칭찬과 박수 속에 미움과 질투도 만나야 한다. 고갯길을 걷다보면

희망도 있지만 절망이 앞을 막을 때도 있다. 절망은 누구에게나 있고 몸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 눈높이를 약간만

달리하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이란 외적 조건이 아니라 인간의 깊은 내면, 영혼이 충족되면 진짜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걸 자각하게 될 것

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너먼은 돈은 행복 촉진제라기보다 불행 예방제거나 불안 완화제의 역할이

라고 했다.


세계 40대 부자도 아프리카 케냐의 맨발로 초원에서 사는 마사이족의 행복과 비슷하다고 한다. 세상을 살면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불행한 것은 없으며, 욕심에서 벗어난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중국의 사상가 노자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만족한 만큼 부족을 느끼며 작은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어떤 것에도 만족할 줄 모른다고 한다.

우리 모두 열린 생각으로 삶의 활력소를 찾아야겠다. 가을비 촉촉이 내리는 오후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니 다정한 사람과 행복을 나누고 싶다.


가을비는 감수성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마음과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고 여유를 누리라고 손짓을 한다. 이 비가

그치면 절로 곡식이 익고 과일들도 더욱 맛있게 익어갈 것이다. 열매 맺는 자연을 따라 산밤이라도 줍고 싶다.

을은 몰입을 유혹하다가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일깨워주는 계절로


산사(山寺)의 차 끓이는 냄새에서도 쓸쓸함과 고독을 느끼게 한다. 식은 가슴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향

좋은 따끈한 녹차 한 잔은 세상 근심을 다 잊게 할 것이다. 문래 창작촌의 독립영화제작자, 사진가, 작가, 화가

등의 또 다른 삶의 영역을 보며 행복과 불행은 모두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을 들판의 저문 바람을 맞으며 생각해보니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향 좋은

따끈한 차 마시고 우리 모두 지금의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10. 07.) 발표

  뉴스시선집중 (2019. 09.16) 발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