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품은 수채화를 보고 싶다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몇 해 전 영화 ‘미인도’를 보았다. 영화 덕분에 신윤복과 당대 최고의 ‘화원’(畵員) 단원 김홍도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 할 것 같다. 단원은 학교 교과서에서도 많이 수록되어 있고, 중인 신분으로 현감까지 올랐으며 인물화, 산수화, 풍속화에 능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삶은 자유분방한 경우가 많다. 이런 예술가들이 명품의 작품, 음악, 영화, 훌륭한 연기 등을 남겨 국민모두에게 사랑 받는 것 같다.
김홍도의 대표적인 ‘씨름’을 보면, 조선후기의 그림으로 씨름장에는 천민, 중민, 양반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 장면이 표현되어 있다. 이 시절은 원근법을 사용 하지 않았고 그림자를 안 그렸으며, 갓(모자)을 보면 그 당시 신분 구분이 가능하다. 갓의 윗부분이 뾰족한 것은 털벙거지라고 하며 돼지털로 만들었고, 천민들이 사용한 것이다. 상투와 보통머리를 보면 어른과 아이들로 구분이 되며, 엿장수 소년의 시선을 다른 곳을 보게 한 게 그림의 포인트 같다.
서양화의 피카소 경우, 초기그림에는 우울함이 보이는 청색시대(불루시대)를 열었다. 그 뒤 그림이 잘 팔리자 붉은 그림에 전통과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림에 술집여인을 짐승얼굴로 표현하면서 반 추상화로 변화하였고, 정치와 사회적 풍자를 하였다. 피카소는 사물을 3개의 다른 시각으로 봄으로써 입체주의 양식을 창조했고, 20세기 최고의 거장이 되었다.
좋은 그림은 창의성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고,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며 정서를 순화시켜준다. 미술 감상은 감성과 이성을 편 가르지 않고 창의성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어나게 해준다. 아이들 경우,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시를 읽고 그림으로 표현해보기와 그림을 감상 후 시로 표현하면 문학과 미술이 만나서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욱 발전 할 것 같다.
그림 작업은 빛을 기억하는 작업이다. 화가는 눈앞에 놓인 물체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순간을 화폭 위에 구현시킨다. 파란색 물감을 한가득 품어 하늘을 만들고, 앙상한 나뭇가지의 잎들이 연두색으로 변하면, 겸손한 봄의 빛으로 바뀌게 된다.
조각가 로댕은 예술가는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쉽고 편한 것만을 찾는 요즘 세상에 예술이란 멀고도 험난한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진정 아름다운 예술은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도록 표현해야 하고, 그런 작품은 자연히 겉도 아름답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연두 빛 봄이 오면, 예술 세계로 뛰어 가고 싶다. 따스한 봄 향기 속에서 속속들이 아름답지 않아도 좋다. 겉에 드러난 아름다움보다도 영혼의 자유로움을 한껏 발휘하는 우리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고 싶다. 노을 지는 강 위로 떨어져 내리는 아름다운 순간을 물감에 살며시 품어 화폭에 수채화로 구현 하리라 믿는다. 봄의 향기가 잔잔한 파문을 만들어 내고,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함께 담아서 봄이 오는 풍경을 깊이깊이 아로새겨 보고 싶다.
중부매일 칼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0. 03. 09.)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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