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활동과 세상 이야기

(에세이) 중구문학 제10호 (2019년 12월 31)발행(발행인 이두백) / 류시호 작가

경산2 2020. 5. 3. 06:42

               남산 길 정담(情談)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주말에 약속이 없을 때, 아내와 남산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종점인 서울타워에서 내려, 국립극장방향 남측 순환도로를 따라 북측 순환도로 숲길을 걷는다. 걷기를 나서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각종 단체에서 나온 단거리 달리기 팀도 있고, 시작장애인들이 봉사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걷기도 하고, 젊은 연인, 외국인 부부, 중장년 부부 등 대화를 하며 걷는 분들이 많다.

 

봄이 되면 연초록으로 변한 나무들이 반기고 개나리꽃이 피면 남산 특유의 벚꽃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여름이면 짙푸른 나무들이 더위를 잊게 하고, 가을이면 단풍나무들이 오색으로 변하여 방문객을 유혹한다. 이렇게 좋은 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정담(情談) 나누며 걷는 것은 행복이다.

 

가끔씩 남산정상까지 올라가서 팔각정이나 N서울타워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한강과 강남을 바라보거나 명동, 경복궁, 창덕궁 등 서울의 변모해가는 빌딩숲을 보면 즐겁다. 그동안 뉴욕의 자유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 런던 타워, 베이징 타워, 동경타워 등을 가보았지만 남산 N서울타워에서는 서울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기에 매우 좋다.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독립 운동가 백범 김구선생 광장을 만난다. 같은 공원 내에는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의 기마상이 있고 이시영(李始榮) 선생 동상도 있다. 인근에는 일제 강점기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의사 기념관도 있다. 오래전부터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남산의 명물이며, 인근에는 퇴계 이황·다산 정약용 동상, 소월시비(詩碑)를 볼 수 있다.

 

국립극장에서 출발하여 북측 순환도로가 끝날 무렵에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 '단군신전‘과 ‘와룡묘(臥龍廟)’가 있다. 와룡묘는 제갈공명을 모신 사당으로, 매년 와룡선생과 관우를 위해 제를 올린다. 조선시대 민속신앙에는 삼국지에서 촉한을 세운 유비의 의형제 중 관우장군을 신으로 모시고, 제갈량을 와룡 선생으로 모시며, 관우의 사당은 신설동 동묘(東廟)에 있다.

 

우리 부부는 남산 길을 걸으며 가족, 친구, 지인 등에 대한 이야기로 정담(情談)을 나눈다. 중간 쉼터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과일이나 음료수를 먹고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부부가 살아가며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격의 없는 대화가 아닐까 한다. 대화는 집안 거실에서도 할 수 있지만 맑고 푸른 하늘과 숲을 거닐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연에서 나누는 대화는 한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주를 계획하며 삶의 활력소가 된다.

 

러시아 속담에 ‘아내는 눈으로 택하지 말고 귀로 선택하라.’고 한다. 얼굴보다 재산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이해심이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 같다. 어쩌다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이나 값비싼 물건을 구입해도 못 보았거나 못 본체하며 자신이 깨달을 수 있게 참아 줄 필요도 있다. 가정은 생의 안식처요 마음의 보금자리로서 따뜻한 바람이 불고 훈훈한 향기가 감돌면서 행복한 샘이 솟는 삶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부부를 붙들어 매는 끈이 오래 지속되려면 그 끈이 탄력성 있는 고무줄이 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전통 혼례식과 폐백 때 원앙을 사이에 두고 식을 올리는데 원앙은 한 번 연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평생 같이 지내는 금실이 좋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주말에는 가까운 산책로나 남산 같은 걷기 좋은 길을 부부가 정담 나누며 걷고, 서로 화합하며 사랑하는 원앙지계(鴛鴦之契)나 어수지친(魚水之親)하며 살자. P. S. 이 글은 2,600자이지만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줄였음

중구문학 제10호 (2019. 12. 31)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