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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간송미술관

경산2 2012. 8. 26. 07:51

 

 

아! 간송미술관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5월 중순, 1년에 2회 봄과 가을에 관람을 허용하는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
미술관을 갔다. 주말이라 5시간 기다린 후 국보급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인사
동 갤러리를 자주 가지만 젊은이와 중년, 노년 세대까지 줄을 서있는 것을 보고, 우
리 문화재 보호와 예술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진경시대 회화대전’이란 제목으로 18세기 우리 그림의 대표적인
화가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현재 심사정을 비롯해 호생관 최북, 추사 김정희, 풍
속화의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과 같은 걸출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고궁박물관 연수 중 간송미술관의 탁현규 실장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
간송미술관의 미술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
인 간송미술관에는 국보 72호 계미명 금동삼존불, 국보 70호 훈민정음 등 국보
12점, 보물 10점, 서울시 지정문화재 4점 등 50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조선 후기 서민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인물 풍속도, 인왕산과 금강산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그린 겸재 정선의 산수화
등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미술관은 소장품이 국립중앙
박물관에 버금가는 정도라고 평가받고 있다.

  오래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서양 미술가들에 대한 미술사 연수를 받았다.
우리의 미술문화재는 장승업(1900년대) 이후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하고,
그 이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18세기 최고의 담채화 기법으로 그린 산수화는
겸재 정선이고, 인물화는 조영석이라고 했다.

  조선중기까지 양반은 전체 백성의 20%였지만 조선후기는 양반을 돈을 주고 사서,
전체 백성의 80%가 양반이었는데 그 때문 한자를 모르는 무식한 양반이 많이 생기
게 되었다. 그림의 경우 일반 산수화가 줄고 풍속화가 많아진 이유는 한자 모르는
양반들을 위한 경우와 시대적인 배경 일수도 있다.

  예술가들은 특별한 끼가 있어야 재능이 발휘되지만 특히 화가는 자성(自性), 자
생(自生), 자정(自淨)의 길을 간다. 자성은 타고난 천성에서 우러나는 그림을 그리
는 것이다.

자생은 독자적인 매력과 가치를 지닌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자정은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 할 것인지의 첫 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스케치북은 착하고 깨끗한 종이 거울이며 그림에 입문할 때 스케치북이 하얀 종이
거울이었듯, 화가의 스케치북은 자신의 마음을 비추어 주는 것이다. 우리가 미술관
이나 갤러리에 가서 작품 관람을 할 때, 작품을 그린 화가의 마음과 자의식을 감상
하는 일이 중요하다.

  미술이나 문학이나 아름다운 표현은 감수성을 살린 것이다. 우리가 문화예술을 감
상만하다가 직접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 보면 그 즐거움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세월이 흘러도 감수성과 감동은 죽지 않는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가끔씩
시간을 내서 인사동의 갤러리나 음악회, 고궁, 박물관을 돌아보며 문화를 즐기자.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정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 우리 모두 문화 예술을 누리며 마음의 부자가 되면 좋겠다.

         중부매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2. 07. 18.)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