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칼국수 파전 막걸리가?
경산 류 시호 / 시인, 수필가
대학을 다닐 때 군복 상의를 검게 물들여서 입고, 구두 대신에 군화를 신고, 과
단합대회나 MT를 하면 짬뽕국물에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명동이나 무교동에 나
오면 파전과 빈대떡 그리고 막걸리, 좀 여유가 생기면 낙지볶음과 막걸리, 또한
그 시절 어쩌다 경양식점에 가서 생맥주와 야채 셀러드를 시키면 최고의 날이었다.
군대 가기 전 대학 시절 학교 앞 해장국 집에서 해장국물과 막걸리, 또는 중국집
에서 짬뽕국물에 막걸리도 맛이 좋아 흥겹기만 했다. 세월이 변해 요즘은 소주와
삼겹살이나 호프와 통닭으로 단합대회를 많이 한다.
군대 다녀와서 대학을 다닐 때는 학교 앞 콩 칼국수가 맛도 있고 저렴해서 많이
먹었다. 그 시절 어머니가 별세하고 집안이 어려워서 데이트 할 때 마다 칼국수를
사줬더니 돈 많은 집 여대생과는 잘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요즘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칼국수나 수제비, 막걸리에 파전을 떠
올리며 입맛을 다신다. 막걸리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에 일하는 농부들뿐만 아니
라 서민들과 대학생들에게도 인기였다.
그런데 왜 비가 오면 밀가루 음식이 유독 더 먹고 싶은 것일까? 밀가루는 몸의 열
과 답답한 증상을 없애주고 갈증을 해소해주기 때문에 비오는 날 먹으면 한낮의 높
은 습도와 지친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밀가루는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날씨가 흐릴 때 드는 우울한 기분을 다스려줄 수
있으며 영양학적 측면에서도 밀가루 음식과 막걸리 등이 비가 오는 날 우리 머릿
속에 먼저 떠오르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막걸리와 해물 파전 등에 함유된 단백질과 비타민B는 비 오는 날에 드는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며 단백질의 주성분인 아미노산과 비타민B는 사람들
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막걸리는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B와 이노시톨, 콜린 등이 풍부하고 새큼한 맛
을 내는 유기산이 들어있어 갈증을 멎게 하는 작용을 하며 또한 신진대사를 원활
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해물 파전에 들어가는 조갯살과 굴, 달걀과 같은 고단백 재료와 파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으로 꼽히며 특히 파 냄새의 원인인 '황화아릴'은 어패류
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B1의 흡수율을 높여주고 기분을 쿨하게 한다고 한다.
장마 기간에는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울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사람은 본능적으로 탄수화물이 풍부한 밀가루 음식을 찾게 되
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먹는 밀가루 90% 이상이 수입 밀이기에 걱정이다. 미국
에서 배로 싣고 올 때 엄청 많은 방부제를 뿌리고 우리나라에 건너오기에 밀가
루를 멀리하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밀가루를 찬 음식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태음인이
나 소양인은 비교적 잘 맞는 음식이라 볼 수 있지만 이 반대 체질인 소음인은
너무 자주 먹으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밀가루가 몸의 열과 답답한 증상을 없애주고 갈증을 해소해주며 우
울한 기분을 다스려줄 수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파전이나 칼국수 수제비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충북교육 155호 (여름호) 충청북도교육청(2007. 06. 20.)발행
KAMA저널 2007 5월호 통권 제218호(2007.05.초) 한국자동차공업협회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