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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최승원과 함께

경산2 2013. 10. 18. 12:32

    

 테너 최승원과 함께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6월 하순, 평생학습관에서 명사와의 만남 시간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장애인 성
악가 테너 최승원의 특강을 들었다. 그를 TV에서 가끔씩 보았지만 강의실에서 만나 ‘보
리밭’과 ‘My Way’ 등을 라이브로 듣고 보니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감회가 새
로웠다.

  최승원은 “저는 강릉의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비관하며 학창시절
을 보내는데 주변 목사님 인도로 성악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성악은 목소리만
필요한 게 아니라 두 팔, 두 다리가 필요한데 그 불편함을 이겨내고 도전하여 훌륭한 예
술가가 되었다.

  미국에 가서는 좋은 은사를 만나 등록금과 경제적 지원까지 받아서 동양인 최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콩쿠르 우승을 했고 레이건 대통령 초청 백악관 연주회에서 미국 국
가를 대표로 불렀다. 또한 뉴욕시티가 한 해에 단 한명 뽑는 ‘Hugo Ross’상도 수상했다.

2001년 올해를 빛낸 음악가로 김대중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현재 국내와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최승원을 생각하니 청각장애자 베토벤이 생각난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그가 악성의 칭호를 받게 된 것은 교향곡 5번 운명 때문이다. 베토벤은 운명을 작곡하며
‘좌절하지 않고 피아노 건반의 줄에 실을 묶어 나무 막대기에 연결한 뒤 그 막대기를 입
에 물어 거기서 전해오는 느낌을 감지’ 했다며 8년 만에 걸작을 만들어 냈다.

  최승원과 베토벤처럼 장애를 딛고 일어선 대화가(大畵家)가 있다. 증평읍에 살 때, 청원
군에 있는 청각장애자 ‘운보의 집’에 가끔씩 가서 그림을 감상했다. 운보 김기창의 한국화
로 담은 예수의 일생 성화(聖畵)와 청산도, 바보산수화 등을 보노라면 마음이 정화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판화기법으로 그림을 많이 제작하여 장애인 사업을 위해 노력했다.

  운보는 생전에 “예술은 완성될 수 없으며 끊임없이 창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이 소리를 못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고,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성악
가가 된 것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좋아서 하는 일에 몰두하면 무한대의 능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넘치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최승원과 운보 그리고 베토벤 등 예술인들이 혼신을 다하는 열정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
는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될 것이다.

  예술이란 각기 다른 하나들이 모여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아름다움을 오선지나 원고
지, 악기, 조각, 무용, 도화지 등에 표현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예술가가 아니라도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느낄 때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끼
게 된다.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는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 하늘을 흐르는
강이 어디서 끝나는지 누가 알겠는가.”라 했다. 운명도 미래의 일도 그와 같은 것으로 가
야 할 곳으로 갈 따름이다. 우리 모두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문화와 예술을 사
랑하며 여유롭게 살아야겠다. 

  밤새 비 내려 계곡물 넘치는 때, 비 맞은 초록의 풀들이 내뿜는 향기에 취하면 세상살
이에 지친 아픈 상처의 흔적도 사라질 것 같다. 꽃도 비에 젖고 흔들리면서 피고, 인생
도 비에 젖고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마음이 답답할 때 흙냄새 물씬 풍기는 운보의 집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고, 베토벤과 최승
원의 음악 감상하며 여유를 가져야겠다. 음악과 미술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우리 모두 바
람 따라 달려오는 초록의 풀 향기 냄새 맡고 웃으면서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3. 08. 19.)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