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활동과 세상 이야기

(초대작가) 문학의 봄 여름호(제 43호) 2017. 06.발행 / 류시호 작가

경산2 2017. 6. 1. 22:02




   봄이 오는 소리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기나긴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봄의 왈츠가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듣고 싶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의 ‘봄이 오는 소리’ 공연에 갔다. 60인조의 웅장한 양평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첼로와 리코더 그리고 색소폰 까지

더해져 한층 풍성한 봄의 선율로 방청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봄을 기다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싱그러운 봄이 오는 소리의 첫 번째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연주했다. 비발

디의 봄은 아름다운 새소리, 느긋하고 나른한 나날 아지랑이와 강아지소리, 목동의 춤으로 이어지며 청중들에게 아름

다음 봄이 되라고 격려를 해준다.


이어서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 C장조>는 염은초 리코더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으로 음악회에서 좀처럼

독주를 볼 수 없는 리코더의 아름다운 선율에 매료되었다.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 C장조의 원곡명 ‘플라우티노

(Flautino)를 위한 협주곡’은 추폴로라는 목관악기로 높은 음역대를 구사하는데, 염은초 연주자가 리코더를 힘차게

자유자재로 연주하여 학교 교실에서 자주 보던 흔한 악기라 생각하던 기억을 지웠다.


비발디는 <사계>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그는 머리카락이 붉었기 때문에 빨강머리의 신부라 놀림을

받았고, 근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작곡 방법 기초를 마련한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베네치

아 여자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 교사로 있었고, 합창장을 겸하며 이 학교의 학생들을 위해 모테트나 칸타타, 오라토

리오, 협주곡, 미사 등의 많은 곡을 작곡했다.


다음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C장조>를 이정란 첼리스트가 협연을 했다. 이 곡은 애호가들에 의해 가장 아름

다운 첼로 협주곡 중의 하나로 평가받아 듣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며 마치 첼로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인

상을 주었다. 이 곡은 첼리스트들의 대표적인 협주곡 레퍼토리로 많이 연주한다.


이 작품은 하이든 특유의 경쾌한 악상과 고풍스런 매력이 잘 살아있는 대표적인 첼로 협주곡으로 ‘1악장 모데라토’

는 독주와 총주를 날카롭게 대비시키고 단조로운 반주의 음형이 바로크적인 영향을 느끼게 했다. 바로크 음악은 16

세기 말부터 18세기 중엽까지 유행했다.


재작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알테 무지크 서울’연주단이 그 시대의 악기들과 의상

으로 연주하여 오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많은 오케스트라단을 만났지만 이번 연주회 안두현 지휘자의 ‘양평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의 군(郡) 단위 오케스트라로 5년 전 젊은 연주들로 구성되었는데

힘차고 멋진 연주를 해주었다.


음악을 애호한다는 뜻의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명칭에 걸맞게 청중들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안두현 지휘자는 20만명

이 넘는 친구를 거느린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 '클래식에 미치다'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음악

명문인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국립 음악원 오케스트라 지휘과를 졸업했다.


2부의 첫 곡,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귀에 익은 곡으로‘제 1 악장 스타카토’는 여러 영화나 드라

마에서 주제곡이나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 되었으며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고

 있다. 그리고 비올라의 반주 위에 우아하고 애수어린 제1주제가 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되며 1악장이 시작

된다.


이어 목관에 의한 격정적인 고조를 보이며 제1주제의 슬픈 선율이 오보에와 화음을 수반하면서 바이올린

으로 나타났다. 교향곡 40번은 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 중 하나로 세 곡 중 가장 격정적이고 낭만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곡이다.


이 곡은 우리 귀에 익숙한 선율로 양평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서 또 다른 감동으로 피어났다. 인

생의 고뇌가 깊게 배어있는 이 곡은 일상에 지친 관객들을 부드럽게 다독여 주었다. 이어서 베토벤의 <교향

곡 7번>은 경쾌한 장단과 리듬을 앞에 내세우는 무곡 스타일로 보여주었다.


이 곡은 춤이나 춤곡, 축제 등의 흥분되고 들뜬 모습을 연상케 한다. 2악장(Allegretto)은 '알레그레토(조

금 빠르게)'라고 써 있지만 이 교향곡에서 가장 느린 악장이다. 가단조의 멜랑콜리한 주제가 제시되고, 대

위법적으로 전개되었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은 '운명 교향곡'이라고 불리고 연주가 웅장하다. 운명 교향곡이라

는 별칭은 다른 나라에서는 쓰이지 않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그렇게 부른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의

베토벤은 큰 시련을 겪고 있었는데, 30대 중반의 그의 귀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빈을 점령하는 등 그가 사는 세상도 혼란스러운 시기로 이 교향곡은 운명을 극복하는 인

간의 의지와 환희를 그렸다고 해석한다. 곡을 들으면 1악장에서 시련과 고뇌가, 2악장에서 다시 찾은 평온

함이, 3악장에서 쉼 없는 열정이, 4악장에서 도달한 자의 환희가 느껴진다.


특히 제4악장은 소나타 형식의 장려한 피날레와 전 악장으로부터의 기대와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개선

가처럼 제시된다. '운명'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베토벤이 한 말로 어느 날 베토벤의 제자가 1악장 서두의 주

제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을 때 베토벤이‘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라고 했다.


영국 수필가 월터 페이트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했다. 음악에는 모든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요소

가 녹아들어 있고, 청중 누구나 감동 할 수 있는 극적인 긴장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 음악인이 아니라도 누구

나 좋아하는 예술이다.


바이올린과 첼로, 리코더 그리고 색소폰과 오케스트라가 봄의 향기를 협연하면, 바라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시간이다. 우리에게 음악은 즐거움의 바다이며, 힘차고 당당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음악은 인간의 삶에 녹아들어 영혼을 위로하고 답답한 가슴에 감동을 느끼게 하는 삶의 동반자이다.


삶이 공허하고 해답이 없어 고민할 때, 아름다운 음악은 마음을 감동시키고 또 다른 삶의 의욕을 느끼게 한다. 봄이

오는 소리에 맞추어 젊은 단원들로 구성된 양평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긍정과 희망의 힘을 주는데, 지방의 양평 오

케스트라가 국내와 해외에서 더욱 박수 받는 교향악단이 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