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와 억새의 가을향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높고 푸른 가을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강동대교 다음 구리시 지역의 한강고수부지에 아름다운 코스
모스 들판이 나온다. 매년 구리시가 봄에는 유채꽃 들판을 가을에는 코스모스 단지를 만들어 많은 사
람들에게 희망과 여유를 갖도록 해준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자전거타고 학교를 오고 가다보면 먼지가 펄펄 날리는 신작로에 가을이면 여러 가지
색깔의 코스모스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세월이 가도 코스모스를 보면 그 시절이 생각난다. 코스
모스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멕시코가 원산지로 흰빛・분홍빛・자줏빛 등이 청초하면서도 아름답고,
줄기가 길고 가늘어 가련한 꽃으로 생각하게 된다. 꽃말은 ‘소녀의 순정, 애정, 조화’이며 우리나라에 이
꽃이 들어온 것은 대략 1920년경으로 유럽을 거쳐 전래되었다 한다. 이 꽃에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붙
인 사람은 1700년경 당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식물원장 카마니레스라는 사람이고,
신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만들어 놓은 꽃이 바로 코스모스였다는 전설이 있다. 코스모스의 어원은 그리
스어로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 또는 세계’라는 의미가 있기에 꽃을 보면 자유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을 느끼게도 한다.
코스모스를 볼 때마다 청초한 아름다움이 신께서 보시기에 합당한 모습 같기도 하고, 쓸쓸히 가을 길을
가는 나그네를 반기는 꽃 같기도 하다. 한편 하늘하늘 춤을 추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연민을 느낀다.
몇 년 전, 6만평의 억새밭이 은빛 장관을 이루는 포천시 명성산 억새축제를 간적이 있다. 억새는 산이나
들에서 자라고, 맨땅에서도 잘 자라 뜰이나 산등성이에서 무더기로 자생한다. 모양이 비슷한 갈대는 습지
나 물가에 잘 자라 물이 있는 강이나, 냇가 그리고 늪 같은 곳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억새는 벼과에 속하며 다년생초로 아시아 남동부가 원산지이고, 키는 1~1.5m이며 꽃대가 갈라진 모습
이 부채 모양이며 비단털이 나 있다. 갈대는 말 그대로 작은 대나무이며, 볏과의 여러 해 살이 풀로 키
는 1~3미터이고, 잎은 길고 끝이 뾰족하다.
명성산은 대한민국 억새감상 일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가을 산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는 전국 5대 억
새군락지이며 8부 능선에 드넓게 펼쳐진 은빛 억새밭을 볼 수 있고, 정상에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억새
군락과 운해를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억새밭이 산 정상에 생겨났는지 신기하고, 갓 떠오른 태양 빛을 머금은 억새들이 바람을
따라서 휘날린다. 지난 5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다녀왔다. 태화강의 갈대, 을숙도의 석양과 갈대숲
도 좋지만, 갯벌로 이루어진 순천만 일대의 갈대밭 면적은 약 30만평에 달한다.
순천만 주변은 사초, 갈대들이 자생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염습지 식물이 새들의 먹이가 되는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넓은 갈대 군락은 새들에게 은신처, 먹이를 제공하고 주변의 논 역시 새들의
먹이 채식지가 되어주고 있다.
순천만은 멀리서 보면 갈대밭 일색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물억새, 쑥부쟁이 등이 무성하고, 캐나
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갈대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고,
갈대의 북슬북슬한 씨앗 뭉치가 햇살의 기운에 따라 은빛 잿빛 금빛 등으로 채색되는 모습이 아주 장관
으로 이번 가을에 다시 가보고 싶다. 가을에는 많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소리, 억새소리,
갈대소리 그리고 길을 걷다보면 코스모스 향기를 맡으며,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고 차분한 마음으로 눈을 감으면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솟는다. 명성
산 억새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옆 하늘공원에서 본 억새소리를 생각하면 그 바람이 가슴속으로 들어
와 따스한 옛 마음을 들춰낸다.
억새와 갈대, 그리고 코스모스는 자연이 준 가을선물이다. 눈앞에 펼쳐진 억새와 갈대밭의 아름다움과
스윽 사악 울어대는 갈대바람 소리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덧 필자도 한 자락의 갈대가 된다. 가을의 아
름다운 풍경과 풀벌레 소리는 지난 세월에 대한 향수에 잠겨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마음속에 그리운 곳을 하나쯤 품고 산다면 그것만으로 든든하지 않을까. 여기저기서 가을의 색깔이 감
지되고 있다. 가을의 전령사라는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날고 코스모스와 들국화도 피었다. 하얀 뭉게구
름 핀 파란 가을하늘아래 은빛날개 파닥이며
여유롭게 하늘높이 나는 고추잠자리와 여러 빛깔로 채색된 코스모스가 가을에 어울리게 함께 놀고 있다.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가을이 노랗게 밀려오면 우리의 옆구리가 화안해지고, 그 환함 속으로 가을도
밀려온다.
하늘은 맑고 고요한데, 나뭇가지 사이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보니 이것이 가을의 소리구나 느끼게 된다.
어느덧 찾아온 가을 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게 된다. 덧없이 흘러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미움과 섭섭함이 쌓였다면 가을 낙엽처럼 떨어뜨리고 가야겠다.
혹시 이루지 못한 것 때문에 속상하더라도 너무 애태우지 말자. 속상함과 이루지 못한 것이 있더라도
조금의 여유를 갖고 일상에서의 ‘행복’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
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 자체가 행복이
라 한다. 이 가을 사랑하는 사람과 코스모스와 억새 그리고 갈대가 있는 길을 걸으면서 가을 향기를 느
껴보고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보자.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을 준다는 것은 큰 감동이며, 큰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을 행복하고 만
족스럽게 만드는 일은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름답고 행복함을 만들
기 위해 우리 모두 열심히 걸어보자.
청암문학 가을호(제13호) 2018. 10월13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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