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과 기숙사 생활의 즐거움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가---” 최희준씨의 노랫말이 한창 유행인 고등학교
시절부터 하숙생활을 시작해서 군대 가기 전까지 하숙을 했다. 군대 다녀와서는 대학 기숙사에 들
어가서 졸업 때까지 기숙사생활을 하며, 기숙사회장까지 하고 직장인이 되었다.
얼마 전 학교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가 잠시 모교를 둘러보았더니, 기숙사를 크게 확장해서 인근으
로 옮기면서 옛날에는 멀리 떨어져 있던 여자기숙사도 옮겨 마주 보게 했다. 그곳을 지나면서 도서
관으로 향하는데, 지나간 기숙사 생활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했다.
최희준씨의 노랫말은 꼭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나 회사를 다니는 처녀 총각들만 지칭한 것만은 아
닌데, 하숙생하면 어딘가 고단하고 배고프고 쓸쓸함이 베어있는 것 같다. 지금은 시절이 좋아 지
방에서 유학을 오거나 가족과 같은 지역에 살아도
편리하고 자유롭게 지내려고 원룸이나 고시원을 선호한다. 과거에는 형편이 좋으면 하숙생이고,
공부를 잘하거나 각종고시 준비반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했고, 아니면 아래채 처마 밑에서 밥
을 하거나, 옥탑방 같은 곳에서 자취를 해야 했다.
지방 출신 유명인사들 동정을 보면, 학창시절 같이 하숙한 동료나 자취를 같이 한 고향친구, 기숙
사에서 만난 선후배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서로 돕고, 밀어주며 많이 생각나고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기숙사 생활을 하면 하숙이나 자취생과는 또 다른 별도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데, 많은 학
생이 서로의 특징과 장점도 보고 공동생활 속에서 얻는 소득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기숙사 생
활은 문학, 미술이나 음악 등 조용히 생각하고
혼자서 터득해야 하는 공간이 필요할 때 아쉬움도 있다. 오래전 영국 여행을 하며 캠브리지 대학
에서 공부하는 후배를 만났더니, “선배님 이렇게 먼 곳까지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다니
는 대학에는 유럽학생들과 아랍권,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많아서 그들과 기숙사생활을 함께하며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라
고 했다. 그때 고풍스러운 캠퍼스에서 기숙사 생활하며 세계 여러 나라 학생들을 소개해주던 모습
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다.
기숙사생활을 하면, 기숙사 축제와 체육대회, 야유회, 미팅, 다른 학교 기숙사 방문 등 별도의 다
른 세계를 체험하고, 기숙사시절의 경험덕분에 사회에 진출하면 단체 활동의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또한 강의실에서는 전공에 관한 이야기만 무성하지만, 여러 학과의 학생이 기거하는 기숙사는 학
과별 정보나 참신한 의견 등 의사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다른 지방에서 입학한 여학생 경
우 기숙사 생활을 하면,
기숙사 규율 때문 부모님들이 딸을 둔 부모는 안심도 되고 잠꾸러기 아들은 단체생활하며 변화도
많이 된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울 때에는 캠퍼스 내에 기숙사가 있기 때문 도서관 출입에도 상
당한 도움이 되며, 교통비와 시간 절약에도 큰 이득이 된다.
요즘은 대학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기숙사가 많아졌고, 지방의 명문 고등학교를 만들기 위
해 기숙형 고등학교를 80개 이상 설립한다니 정말 좋은 일이다. 교육 정책 당국이나 사학재단,
대기업이나 독지가의 협찬과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자라나는 학생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하며, 다양하
게 경험한 젊은이들이 새롭게 사회에 발을 딛는다면, 세계를 향해 경쟁하는 시대에 큰 기둥이 되
리라 믿는다
. 동양일보 [프리즘] 인물 (2008. 09. 30.) 발표.
뉴스시선집중 (2019. 10. 10)발표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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