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석탑(婆娑石塔)과 철의 왕국 그리고 가야금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국립중앙박물관의‘가야본성, 칼과 현’ 전시회에서 철의 왕국 가야는 520년간 힘과 조화로 공존하고
화합하며 살아온 역사를 보았다. 전시장의 1부는‘공존’을 설명하고 수백 년간 공존을 지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소개했다.
굽다리접시, 짧은 목항아리, 그릇받침 등 서로 다른 형태의 토기들로 구성된 3.5m 높이의 가야 토기탑
이 발을 멈추게 한다. 굽다리 접시는 나라마다 모양이 다른데, 가락국의 접시는 바깥으로 입이 벌어져
있고, 아라국은 불꽃무늬 구멍으로 장식했으며, 고자국은 삼각형으로 구멍을 냈다.
3부 전시실은‘힘’이라는 주제로 가야 국가들이 힘의 원천인 철을 통해 어떻게 함께 존속할 수 있었는
지를 보여주었다. 국보 275호인‘말 탄 무사모양 뿔잔’을 비롯해 고사리무늬 철갑옷, 말 갑옷 등은 철
의 나라임을 나타낸다.
고대시절 첨단 소재였던 철을 자유롭게 다뤘던 가야의 제철 기술은 대단한 신기술이었다. 소설가 김훈
작가는 현의 노래에서‘쇠를 단단하게 걸러내고 거기에 날을 세우는 일의 대장장이 기술은 가야가 으뜸
이었다.’고 표현했다.
중앙박물관 전시회는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31개 기관이 출품한 가야 문화
재 2600여 점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김해의 금관가야 유적에서는 김수로 왕릉과 부인
허황옥, 아유타국, 파사석탑 유래가 흥미로웠다.
중앙박물관에서는 파사석탑(婆娑石塔)과 철의 왕국 그리고 가야금 등 가야국들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정
리가 되어 가야국의 저력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신라를 지원하러 온 고구려 광개토 대왕은 금관가야를
몰락시켰고, 가야 연맹을 이끌어 가던 대가야는 신라에 정복당했다.
그래서 가야가 멸망한 뒤에도 문화 수준이 높았던 가야의 왕손 김유신은 삼국 통일에 큰 공을 세웠고,
가야의 후예 강수 유학자는 글을 잘 지어 신라 3대 문장가가 되었다. 그리고 대가야 가실왕의 명으로
가야금 악기를 만들고 12곡을 작곡한 우륵은 신라로 귀화하여 신라의 대표 악기 가야금을 발전시켰다.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가 패권을 다투었지만, 가야는 공존을 추구하며 버티었다. 작은
나라가 강할 수 있었던 것은 철을 다루는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야 6개국은 철로 칼
과 갑옷을 만들고, 가야금으로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가야국들은 칼과 현으로 다양성과 독자성을 인정하고 공존했다. 김해의 김관가야 유적과 유물,
왕릉, 고령의 대가야,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를 통하여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배울 수 있어서
정말 보람찬 날들이었다.
전국에 흩어진 고대와 중세시대 선조들의 삶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저력을 알게 되고, 인문학을 통하여
우리 고유문화에 대한 믿음과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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