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발표

가족여행

경산2 2012. 11. 11. 07:11

    가족여행

                                            경산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지난 6월 초순, 가족여행을 갔다. 작은 아들이 결혼을 한 후 집이 아닌 야외로
나가 대화를 나누고 단합의 시간을 갖고 싶다기에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큰아
들내외는 자식도 있고, 작은 며느리도 곧 출산을 하니 정부시책 중 하나인 가족
증대에 잘 호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을 내려면 서로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조금씩 양보해야 가
능하다. 큰 아들내외는 여행지에서 먹을 음식과 간식을 준비하고, 작은 아들부
부는 숙소예약과 가고 싶은 곳 검색하며 여행 스케줄을 잡고, 출발 전 준비가
더 재미있었다.

지나고 보면 까마득하지만 아들 2명을 키우며 아내의 수고가 많았다. 중고등학
교를 다닐 때 학교 수업과 학원수업 등 늦은 시간까지 간식과 통학문제 등을 챙
기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또한 아내는 목표한 대학 진학을 못해서 아쉬워하고 힘
들어하는 아들 둘 뒷바라지 때문 힘에 겨웠다.

가족이 가까이 있을 때는 소중한지 잊고 살고 있지만, 가족은 선물이라고 한다.
자녀가 공부와 취업, 그리고 결혼 때문 떨어져 살거나 부모 중 한분이 세상을 떠
나고 나면 그때야 가족의 중요함을 알게 된다.

삶을 살다가 인간관계, 심리적인 문제 등이 생겼을 때, 가족이 가장 편하고 세상
어느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이기에 그래서 가족은 선물이 된다.

자녀를 키우며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이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것이 부모가 지
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세대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 서로 다름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부모 자식 간에도 필요하다. 다름이 어우
러진 가족 사이에서는 놀라운 화음이 울려나온다.

아들 둘이 결혼 후, 명절이나 주말, 생일 등 집에서 모일 때와 여행을 같이 가서
도 화합이 잘 되고 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며느리들과 손
주까지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멋진 화음을 내고 있다.

자녀가 성장하여 결혼을 하려면, 아들은 집을 장만해야하고 딸은 예단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자녀들을 위해 30년 이상 고단한 삶을 산 부모들에게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안 지도록 했으면 한다. 다행히 우리 두 아들의 결혼예물은 커
플링으로 하고, 부부간에 노력하여 작은 집을 장만했다.

우리 모두 자녀들 혼사에 허례허식을 벗으나 간소하게 하자. 사람이 사는 이유
는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출세 때문도 아니다. 살아가는 의미를 돈보다 사
람에게서 찾는 것이 옳다. 그러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후회도 허무함도 적다.

지난여름 무척 덥고 가뭄도 심했지만 벌써 아침저녁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것을
보면 가을이 오는가 보다. 산과 들판 그리고 가로수들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으
면 1년 동안 키워온 농작물의 추수하는 계절이 시작된다. 코스모스와 고추잠자리
가 유혹하는 계절, 가족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기원하며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하여
연을 날리고 싶다.

연은 조선시대 통신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좋은 소식을 멀리멀리 전하고 싶다.
바람의 방향을 감지하고 연을 날리면 저절로 하늘로 날 듯, 마음속을 살필 줄 아
는 사람만이 삶이라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명소에서 가족여행은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재충전의 기회를 준다. 우리 모
두 가을바람의 국화향기처럼 고고하게 사랑하면서 살자.

중부매일 칼럼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2. 09. 13.)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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