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과 이문열 문학관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랜만에 백암온천으로 여행을 가면서 동해안 묵호항으로 출발을 했다. 묵호항 어시장에 가면 증평읍이
고향인 아주머니가 활어회 좌판을 하는데 필자가 증평과 괴산지역 학교에 근무한 인연으로 반갑게 맞이
해준다.
삼척부터 영덕까지 동해안 여행은 즐겁다. 특히 삼척의 장호항 용화 관광랜드와 울진의 망향정 휴게소에
가면 푸른 파도가 넘치는 멋진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 다음날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 조지훈 문학
관을 갔다.
‘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파르라니 깎은 머리 /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이 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조지훈의 ‘승
무(僧舞)’이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아버지 묘를 수원 화성으로 이장을 하며 융릉으로 승격을 시키고 능을 보호하려고
용주사를 창건했다. 절 안에는 사도세자 위패를 봉안하고 스님 2명에게 하루에 6회씩 제를 지내도록 했다.
이슬람교가 하루 5회 기도하는데 그것보다 더 많게 지냈으니 정조의 마음을 알만하다. 이렇게 효성이 가득
한 용주사를 둘러 본 조지훈은 시 ‘승무’를 지었다 한다.
조지훈은 박두진, 박목월과 문장지에 추천으로 시단(詩壇)에 등단한 후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출간하
여 청록파(靑鹿波)라고 한다. 필자는 대학시절 청록파 박목월 시인에게 대학국어를 1년간 배운 적이 있어
청록파 시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경북 영양에 있는 첩첩 산중 주실마을 조지훈 문학관은 처음 방문이다. 남산의 북측 순환로를 걷다보면,
조지훈의 시비 ‘파초우’를 볼 수 있고, 고려대학교 인촌 기념관 앞에는 ‘승무’ 시비를 볼 수 있다. 이어서
영양군 석보면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인 두들마을을 갔는데 이곳은 여러해 전에 다녀오고 2번째 방문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라는 이문열의 소설이 나온다. 필자는 교사시절 아이들에게
이 소설을 열심히 설명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한병태를 복합적 성격의 인물로 등장시킴으로써 독재자
엄석대의 일그러진 생애가 아니라, 엄석대에 대한 화자(話者)의 해석에 초점을 맞춰 작품의 리얼리티를 확
보한다는 이야기다.
이문열 생가는 석계고택, 석천서당, 장부인 안동장씨 유적비 등이 생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이문열이 왜
문학에 심취하고 또 많은 대작들을 쓸 수 있었는지 이해할 만하다. 특히 필자도 좋아하는 ‘젊은 날의 초상’
은 자전적인 색채가 짙은 일종의 성장 소설로, 주인공 영훈이 젊은 날의 방황과 좌절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
색하는 먼 여정을 떠나 마침내 삶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의 구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번 여행은 평소 존경하는 유명한 문인들의 문학관 방문이라 매우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인과
소설가가 이런 깊은 산골에서 문학의 꿈을 키웠고 그들의 생가를 방문하니 문학에 대한 열정이 더욱 살아난
다. 문학이란 가치 있는 인간적 체험을 기록한 학문과 지식, 상상의 결과이다.
그리고 많은 독자에게 쾌락을 줄 수 있는 상상과 관념, 감정, 추리 등 인간정신의 작용을 미적으로 구성한 것
이다. 요즘 많은 분들이 문학과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도 비둘기 창작 사랑방 회원들과 글쓰기와 시낭
송을 하면서 더욱 문학에 정진하려고 한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7. 08. 02)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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