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활동과 세상 이야기

(초대작가) 문학의 뜰 (제 16호) 2017. 06.발행 / 류시호 작가

경산2 2017. 6. 16. 20:33




   (수필) 엘렉트라 인 서울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엘렉트라 인 서울(Electra in Seoul)’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그리스 신화에 엘렉트라

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여러 명 있다. 그중에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 사이의 딸 엘렉트라는 그리스

고전 비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트로이와 10년간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아가멤논 그리스군 총사령관을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모의하여 아가멤논을 살해하자, 딸 엘렉트라는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와 정부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그녀는 이름이 라오디케 인데, 엘렉트라라는 이름은 후대 비극 작가들에 의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엘렉트라 인 서울은 서양의 고전이자 대표적 그리스의 비극 엘렉트라를 동양의 불교 사상에

접목해 현대적으로 각색을 하였다.


불자인 김영무 극작가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 엘렉트라를 오늘날의 서울로 데려온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집필을 했다. 그는 반야심경으로 보는 불교 사상을 저술할 정도로 불교에 심취해 있는데, 그리스의

비극 구조를 불교의 윤회 사상을 대입해 극을 풀어냈다.


그리스 비극의 미학 구조는 신의 짓궂은 의지와 인간의 의지가 충돌함인데 오늘날의 서울 환경과는 맞지 않

아, 불교의 윤회 사상을 환경적 배경으로 대입했다. 그래서 서울 근교 업을 씻는다는 ‘세업사’라는 사찰을 중

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했고, 이 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복수, 다음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

된다.

주인공 애라는 15년 전 정부와 공모해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복수와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세업사에서 스님이 된 오빠 우공 스님을 만나게 되고, 우공 스님은 누이에게 원한을 버

리라고 조언한다.


어머니를 만나게 된 애라는 복수의 칼을 뽑아 들지만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엘렉트라 인 서울에서 탄탄한 연기력의 정욱(무법 스님 역), 송수영(박기수 역), 민경옥(류

여사 역) 등 중견배우와 이윤희(애라 역), 김세홍(우공 스님 역), 박미정(애리 역) 등 젊은 배우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끌게 한다.


특히 중견 탤런트 정욱 연기자와 필자는 문화 활동을 하며 알게 되었는데 스님 배역 때문 삭발을 했고 열정

적이면 노련한 연기에 감동했다. 이 연극을 보니 연기자들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자기 안의 본성을 일

깨워 주고 있었다.


훌륭한 예술가는 항상 관객에게 귀를 기울이고 예술적 재능에 의한 순수한 영혼을 표현하며, 연극, 음악, 문

학 등 예술을 통하여 우리들을 아름답게 살도록 인도해주고 있다. 그동안 영화관, 미술관, 음악회를 자주 갔

는데, 연극은 대사를 외우고 연기 중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예술이라 더욱 짜릿함이 있다.


예술을 만나는 일이 시작되면 삶이 총체적으로 바뀐다는데, 우리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이나 전시회, 음

악공연 등 예술을 가까이 하면서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