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개화예술공원과 상화원 그리고 유람선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여름을 보내며 지인들과 대천바닷가에 있는 충청북도교육청 해양교육원으로 여행을 가면서,
먼저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의 개화예술공원을 갔다. 5만5천여 평의 이 공원은 미술관과
세계 최대 규모의 조각공원, 화인음악당, 허브랜드 등 종합문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15년 전 개관한 모산조형미술관은 보령에서 나오는 오석(烏石)으로 건축했다. 조각공원에
가니 조각상, 시비 등 총 1천5백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조각공원을 돌아본 후 연
못과 폭포, 산책로를 따라 이동을 하니, 사슴과 토끼, 오리 등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꽃과 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수로에는 커다란 잉어와 철갑상어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연꽃으
로 가득한 연못근방에는 파스텔 색조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행들과 푸른 잔디가 있는
돌길을 따라 호젓하게 걷다 보니 멋진 드라이플라워 카페가 나타났다.
다음날, 충남 보령시 죽도 ‘상화원’을 갔다. 상화원은 대학 교수이며 소설가인 홍상화의 이름을 따
서 지었다. 이 섬은 홍상화 작가가 20년 전, 죽도에 한국식 정원을 구상했다고 한다. 상화원은 보령
팔경의 하나로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미가 살아 쉼 쉬는 정원으로
한쪽은 바다로 반대쪽은 잘 가꾸어진 초록빛 가득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죽도 섬 전체가 울창한 나무
숲에 대나무가 많았었고,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나무로 만든
통로에 지붕형 회랑(回廊)으로 되어 있어 둘러보기가 좋다.
회랑은 1㎞ 남짓 거리로 섬을 감싸고 지붕이 있기 때문에 눈비가 와도 걷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섬
둘레를 따라 단순히 길을 낸 것 같지만 완성하는데 3년이 걸릴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그리고 의곡당을 포함해 9채의 한옥이 계절에 따라 풍경을 달리하여 운치가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해변독서실, 해변연못, 조각정원, 해송의 숲, 하늘정원 등이 나오고, 책과 예술, 물과 생명
등을 생각하며 힐링을 하라고 암시를 한다.
그래서 상화원에서 제공한 떡과 커피를 마시며 소나무 숲 아래 정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
누며 시상(詩想)을 떠 올려보았다. 대천과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보령에 주말에만 개장하는
한국식 정원 상화원을 관광객들이 하루 천여 명 다녀간다니 대단하다.
개화예술공원과 무창포 해수욕장, 머드박물관, 대천해수욕장에서 즐거움을 얻었다. 그리고
대천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원산도와 대천항간의 마무리되어가는 해저터널 공사 해설과 주변
섬들의 아름다운 소식들, 원산도와 안면도 영목항으로 이어지는 해상교량을 보면서,
보령지역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자연이 베푼 천혜(天惠)의 백사장 대천해수욕장,
무창포 바닷길, 머드축제, 그리고 죽도의 한국식 정원 상화원이 있기에 많은 여행객들이 찾
는 것 같다.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길고도 더운 계절이 제풀에 지쳐 서늘한 기운을 불러들인다.
며칠 사이에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진다. 가을볕을 향하여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게 한다. 가을은 뭉
게구름과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오고, 나뭇잎들은 색깔의 농도가 달라지고 과일들은 붉게 익어 가기에
여염이 없다.
멀지 않아 우리에게 과일들은 맛있는 것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 모두 가끔씩 길가의 들꽃 향기에 취
해보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 들으며 머리도 식혀 보자. 가을 기운이 거리에 가득 차면, 우리의 삶도
더욱 빛날 것 같다. 높고 푸른 하늘, 우리 모두 좋아하는 책과 미술, 음악, 영화, 여행도 하면서 마음
을 넉넉하게 나누며 살자.
뉴스시선집중 (2019. 08.20)발표/ 류시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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