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성과 정훈희 카페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노산 이은상 시인이 60여 년 전에 출판한 시집 <조국강산>에 '금정산'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실었다. ‘돌우물 금빛고기 옛전설따라/ 금정산 산머리로 올라왔더니/ 눈앞이 아득하다 태평양물결/ 큰포부 가슴속에 꿈틀거린다.’부산 금정산에 사적 제215호 금정산성이 있다. 금정산성은 숙종 29년에 건설된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산성이다.
이 성은 일제강점기에 파손되었으나 1970년대에 복원사업으로 일부 성곽과 관문과 망루를 복원했으며, 현재는 금정산성 일대를 예전 모습으로 차례차례 복원하고 있다. 이곳은 동서남북으로 망루와 관문이 각 4개씩 있다. 금정산성의 경우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는데, 그동안 동문, 서문, 남문, 북문으로 불렀으나, 3년 전, 각 문의 이름을 시민투표로 결정했다. 그리고 동문은 '관해문(關海門), 서문은 '해월문(海月門)', 남문은' 명해문(鳴海門)', 북문은 '세심문(洗心門)'으로 정했다.
여러 해 전, 청주시 상당산성(上黨山城)으로 등산을 갔다. 상당산성은 높지는 않지만 산 정상을 따라 석성으로 쌓아서 적을 방어하기에 잘 축성된 것 같다. 그동안 남한산성, 아차산성, 북한산성을 가보았으며, 금정산성 경우, 성안에서 살림을 하고, 음식점, 가게 등도 많다.
금정산성을 떠나 부산 기장군 해변에 정훈희와 남편 김태화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꽃밭에서’를 갔다. 한국의 다이애나 로스라 불리는 정훈희는 50년 전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17살에 작곡가 이봉조의 눈에 띄어 신성일·정윤희 주연 영화 ‘안개’의 동명 주제곡을 발표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물을 감추어라’ 이 노래는 중년을 넘은 사람들에게 로망이었다. 정훈희의 집은 3층으로 바다를 향해 있고 1층은 노래하는 무대가 있는 카페로 꾸몄다. 이곳에서 지인을 만났다.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마당에는 정훈희 부부의 요트가 있어 바다에 띄우고 싶었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기장군 대변항으로 갔다. 맛있는 바다장어 먹으며 학창시절 열심히 불렀던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를 생각하니 그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립다. 보름달이 뜨는 밤바다에는 그리움이 하늘에서 온다. 달밤에 소곤거리는 풀벌레 소리와 안개 속에 눈물을 감춘 소녀의 눈동자에서도 그리움이 묻어있겠지. 가슴이 답답할 때 바다를 보면 피로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정훈희 카페에서 지인들을 만나듯 우리는 학교나 직장에서 친구도 만들고 여행 중에도 많은 인연을 이어간다.
수필가 피천득은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타생지연 고사성어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인연은 부지불식간에 다가온다. 회사모임, 각종 동문회, 친구들 모임, 각종 문학회, 그리고 국내와 해외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귀중한 인연 놓치지 말고 잘 관리해야겠다. 집안의 가족이나 집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소중한데 그 인연이 잘 이어지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20. 03. 31)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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