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릉에는 태조 이성계, 선조, 영조 등을 모셨다.
류 시 호 /시인 수필가
서울 동북쪽의 동구릉(東九陵)과 서쪽 고개 너머 서오릉(西五陵) 등 수도권 일원에는 조선왕조 오백년이 잠들어 있다. 그중에도 조선왕조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후비가 잠들어 있는 곳이 동구릉이다.
동구릉은 전체 능역이 59만여 평에 달해 그 광활한 대지와 숲만도 장관이다. 숲이 울창해 삼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고, 학생들 소풍장소로, 역사공부의 현장으로도 제격이다.
9릉은 조선 제1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健元陵), 제5대 문종이 묻힌 현릉(顯陵), 제14대 선조의 목릉(穆陵), 제21대 영조의 원릉(元陵) 등 중요 왕들을 이곳에 모셨다. 동구릉의 터는 태조가 죽은 뒤 태종의 명을 받아 하륜(河崙)이 장 했다는 설과 태조가 생전에 무학대사에게 부탁해 자신과 후손이 함께 묻힐 적당한 택지를 정해두었다고도 전해온다.
조선 태조의 능으로 고려 공민왕의 능제를 따랐는데 이후 조선왕릉의 기준이 된다. 태조가 고향인 함흥을 유난히 그리워해 함흥땅의 억새풀로 마지막 옷을 입혀드렸는데 억새풀 봉분이 오히려 위엄 있어 보인다.
영조는 생전에 정비 정성왕후 곁에 묻히고자 서오릉의 홍릉에 터를 잡아두었으나 계비 정순왕후와 쌍릉에 잠들어 있다.
동구릉을 돌아보면 사람이 만나는 인연도 묘하지만 죽어 묻히는 인연도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로 만나 죽어서도 합장에 드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쌍릉으로 곁에 묻히기도 하고, 왕과 왕비가 서로 다른 지역으로 떨어져 외롭게 묻혀 있기도 하니 말이다. 살아서는 분명 투기를 벌였을 정비와 계비가 죽어서는 부왕과 왕비, 계비 순서로 삼릉을 이뤄 편안히 잠들어 있고, 정비는 멀리 두고 계비와 누워 있는 왕도 있다. 뉴스 시선집중 (2020. 04. 03)발표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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